Monday, March 7, 2011

돈다발 들고 가지 않아도 충분히 대리만족이 되는 여행지, 반복되는 일상을 비껴 한 급수 높아지는 여행지가 있다. 알뜰하게 살면서 알뜰하게 모아둔 비상금은 이럴 때 필요하다. 때때로 우아하게 '뽐'내면서 여행해보자. 우아하게, 에지있게, 폼나게 품격 높여주는 '급수다른' 국내 여행지 6 남양주_왈츠와 닷터만 양수삼거리에서 새터까지 이어지는 45번 국도변은 멋진 풍치 길이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사계절 물빛에 취하고 제각각 멋을 낸 조형물에 반한다. 운길산, 종합촬영소, 양수발전소 등 볼거리도 산재해 있다. 이 길목에 한 급수 높은, 격조 높은 '왈츠와 닥터만'이 있다. 이곳은 북한강변을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강변 레스토랑이다. 1996년 오픈했으니 한자리에서 어언 14년의 세월을 넘겼다. 주인장 박종만 씨는 고집 있는 사람이다. 애시당초 '처음과 끝을 같게 하는 집'을 모토로 삼았다. '올드 맨'지배인도 이 집의 콘셉트. 레스토랑 한편에 공장을 만들어 현지에서 수입해 볶고, 갈아 맛 좋은 커피를 내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스스로 프리미엄 레스토랑이라고 칭한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절로 '귀부인'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2006년에 커피박물관을 개관했다. 커피 관련 책을 출간할 정도로 커피 전문가인 박사장의 열정이 박물관으로 함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준비과정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겠는가? 국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커피나무를 알기 위해 직접 농학까지 공부했다고. 박물관에서는 커피 전문가가 1시간 이상 커피의 역사, 일생, 문화 등에 대해 설명해준다. '커피의 원산지는?' '흔히 듣던 커피의 질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 마신 사람은?' 등 커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자아낼 정도의 멋진 설명에 기분이 좋아진다. 무심코 지나쳤던 상식을 알게 되니 절로 '지적 충만'이 된다. 실내 설명이 끝나면 옥상으로 간다. 온실에서 묘목을 비롯하여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는 커피나무를 실제로 보는 것이다. 빨간 과육을 벗겨 커피콩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직접 커피 시음을 할 수 있는데, 오래된 커피와 막 볶은 커피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향과 거품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앞으로 커피의 유통기한을 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커피를 종류별로 모두 내려 맛볼 수 있는데, 어느새 커피 향이 관람장에 그윽하게 퍼진다. 모두들 커피 한모금 입에 물면서 우아한 미소를 짓는다. 왈츠와 닥터만에서는 매주 금요일 밤 8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린다. 코스 요리를 먹으며 우아한 클래식 연주까지 들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마련하고 있다. 음악회가 끝나면 와인파티가 펼쳐져 각양각층의 사람들과 교류의 장이 된다. Travel Info 왈츠와 닥터만 관람 시간 10:30~18:00(월요일 휴관) 입장료 5000원(음악회 관람료 2만 원, 음악회+식사 4만9000원) 문의 031-576-6051, 02-576-0020 www.wndcof.com 주변 볼거리 운길산(610m, 조안면 송촌리)의 수종사에서 북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일출, 물안개가 뒤덮일 때를 기억하자. 삼정헌(三鼎軒)이라는 절의 찻집이 운치 있다. 또한 서울종합촬영소(031-5790-622)가 가까이에 있고, 양수발전소(031-590-8225)도 들러보자. 아름다운 공원과 92m에 달하는 인공폭포가 있고 그랜드피아노 모양을 한 화장실은 남양주시가 5억 원을 투자해 만들어낸 최대 걸작품.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마현마을과 전시관, 두물머리도 좋다. 찾아가는 길 팔당호~6번 국도~팔당댐 팻말 따라 나와 구길을 이용하면 된다. 양수대교 앞에서 새터를 잇는 45번 국도. 서울 종합촬영소 입구에서 팻말 따라 우측 강변으로 가면 된다. 추천 맛집 송촌국민학교 앞에 개성집(031-576-6467), 죽여주는 동치미국수집(031-576-4020)이 있다


[Star Chef] 레스쁘아(L’espoir) 임기학 셰프
<이 기사는 톱클래스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슐랭 가이드’ 별 따기는 모든 레스토랑의 꿈이다. 별 하나만 받아도 ‘미슐랭 별이 떴다’고 술렁인다. 뉴욕에는 미슐랭이 최고로 꼽는,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이 네 군데 있다. 그중 ‘다니엘’은 명실공히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국내에도 다니엘 출신 요리사가 있다. 2008년 5월, 삼성동에 비스트로 콘셉트의 레스토랑 ‘레스쁘아’를 오픈한 임기학 셰프. ‘레스쁘아’는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화제다.

  청담역 사거리 뒷골목, ‘편안한 집 같은 작은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의 비스트로 레스토랑을 표방한 ‘레스쁘아’는 철저히 정성과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2인용 테이블 네 개, 4인용 테이블 두 개가 전부인 소박한 공간에 셰프만 네 명. 만석이라고 해도 셰프 한 명당 맞이하는 손님이 네 명을 넘지 않는다. 오픈 키친에 다닥다닥 붙어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셰프들에게서 정성이 느껴진다.
 
  이 레스토랑이 오픈한 건 2008년 5월. ‘다니엘 출신의 젊고 스타일리시한 셰프의 레스토랑’으로 이름 나면서 처음부터 사람이 몰렸다.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와본 사람은 곧장 단골이 됐고, 단골들이 다시 소문을 내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젊은 여성도 많이 찾지만, 청담동 주택가의 중장년층 단골이 특히 많다고 한다.
 
  “진짜 비스트로를 만들고 싶었어요. 편안한 인테리어에 편안한 서비스, 수준 높은 음식 삼박자를 갖춘 제대로 된 비스트로 말이에요. 와보신 분들은 인테리어가 독특하다고들 하시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콘셉트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인테리어와 서비스, 요리를 재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이나요?”
 
  레스쁘아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비스트로 레스토랑에 부합하지만, 요리는 그렇지 않다. 제대로 갖춘 테이블 세팅, 정성스런 플레이팅, 수준급 요리 등 비스트로보다 파인 다이닝에 가깝다. 그가 거쳐온 레스토랑은 다이엘 외에도 카페 그레이(뉴욕의 타임워너센터에 있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한국의 그랜드 하얏트호텔 ‘파리스 그릴’, 파크 하얏트호텔 ‘코너 스톤’ 등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들이다. 그는 “아무리 차분한 음식을 만들고, 투박한 플레이팅을 하려 해도 파인 다이닝의 색채를 떨쳐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 엇박자가 손님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측면도 있다. 수준급 요리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
 
  그가 요리사가 된 배경이 이채롭다. 그의 집은 3대째 요식업을 하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본에 야키니쿠(일본식 직화구이)를 정착시킨 임광식 옹(작고)이다. 1948년 임광식 옹이 오픈한 야키니쿠 전문점 ‘식도원(쇼쿠도엔)’은 오사카・고베 등지에 15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를 선망한 그는 막연히 ‘할아버지처럼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면서 고생한 그의 어머니는 자식이 요식업에 종사하는 것을 원치않았고, 부모의 반대로 잠시 꿈을 접은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성악을 전공하면서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점점 커져갔고,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날아가 요리학교를 다녔다. 미국에서 요리 강사로 활동하던 그의 이모가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세계 10대 요리사 다이엘 뵐루가 롤 모델
 
  셰프를 꿈꾸던 그에게 롤 모델이 생겼다. 세계 10대 요리사이자 《젊은 요리사에게 보내는 14가지 조언》의 저자인 다니엘 뵐루. 다니엘 뵐루가 운영하는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다니엘’은 그에게 ‘간절한 꿈’이었다. 다니엘 뵐루가 쓴 책을 모두 찾아 읽고, 틈나는 대로 다니엘에 가서 요리를 맛보았다. 인턴십을 위해 다니엘의 문을 수시로 두드리던 그는 마침내 다니엘에 들어간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력서를 보고 와보라는 연락을 받은 것. 그때부터 다니엘에서의 ‘트레일’ 생활이 시작됐다. 주방 보조 역할인 트레일은 특별한 보직 없이 닥치는 대로 알아서 일해야 한다.
 
  “집에서 다니엘까지 세 시간 거리를 다녔지요. 다니엘의 트레일 과정은 혹독하기로 유명해요. 일도 많고, 하는 일 자체도 거칠고, 조금만 잘못하면 고래고래 호통 치죠. 하루 16시간씩 일했는데, 잠시도 쉬지 못해요. 밥도 서서 먹어야 했어요. 아무 말 없으면 계속 다녀도 되는데, 안 나와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분위기예요.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죠. 냉장고 안에 들어가 소리를 지른 적도 있어요.”
 
  트레일 과정을 성공적으로 해낸 그는 인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다시 3개월 후, 다니엘의 정식 가족이 됐다.
 
  “어느 날 일이 끝났는데 담당 셰프가 저를 부르더니 이 식당에서 가장 먹고 싶은 요리를 고르래요. 72시간 동안 브레이징(오븐에서 뭉근히 익힘)해야 하는 어린 돼지 족 요리를 골랐어요. 요리를 해주면서 ‘이제 당신은 우리의 가족이 됐다’고 했죠. 한입 베어 먹었는데, 와~ 세상에서 처음 느껴본 맛이었어요. 돼지에 어우러진 진한 트러플(송로버섯) 향이 환상적이었어요. 그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다니엘에서 그가 고안해낸 요리가 정식메뉴에 오른 적도 있다. 동양 손님이 많이 찾는 설날 연휴, 각종 견과류와 쌀, 잡곡을 갈아 넣고 랍스터 살과 함께 끓인 죽과 수프의 중간쯤 되는 식감의 음식을 제안했는데, 이 음식이 채택돼 코스요리의 맨 앞에 오른 것. 이후 그는 뉴욕의 타임워너센터에 입점한 ‘카페 그레이’에서 경험을 쌓아갔다. 오너 셰프를 꿈꾸던 그는 마침 비자가 만료되어 미국 최고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뒤로하고 귀국했다. 다니엘에서 그는 요리사로서의 체력과 열정,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새로운 요리에 대해 열린 마음을 배웠다고 한다. 훌륭한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뭘까.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정직 같아요. 셰프 스스로 요리의 모든 과정에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어야 해요.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그대로 하는 건 정직하지 않은 거죠. 재료를 보관할 때도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렇게 하고, 맛을 보고 ‘생각했던 맛이 아닌데’ 하면서도 손님에게 내는 건 훌륭한 셰프가 아니죠. 단계마다 스스로를 냉철하게 감시합니다. ‘나는 과연 정직한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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