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7, 2011

나만의 파리를 만나러 골목길로 간다, 왜? 에펠탑은 지겨우니까

파리의 젊은이들은 휴일에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대신 ‘마레(Marais)’지구와 ‘누보 마레(Nouveau Marais)’에 간다. 옷은 근처 ‘레퍼블릭(Republique)’에서 사고, 금요일 밤은 ‘바스티유(Bastille)’에서 불태운다. 짧은 출장, 짬을 내서라도 특별한 파리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마레’를 중심으로 골목길을 누벼보자. 이 길에 들어서면 동성애를 상징한다는 무지갯빛 깃발이 폭죽처럼 휘날리고, 중고 옷 가게와 맛집, 거리 음악이 곳곳에 있다. 경쾌하고 아찔한 즐거움이 있는 마레. 우아한 파리의 그림자는 잠시 잊어도 좋다.
■ 출발
지하철 1호선 ‘생 폴(St-Paul)’역에서 내리면 펼쳐지는 다채로운 골목 마을. 생 폴을 기준으로 왼쪽 ‘퐁피두 센터’까지 뻗어있는 골목길들은 ‘마레’, 오른쪽 바스티유 광장까지 나 있는 골목길들은 ‘누보 마레’라고 생각하면 된다.
▲ 휴일의 마레거리
■ 볼거리
피카소(Picasso) 박물관과 카르나발레(Carnavalet) 박물관을 추천한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이 주는 크기와 역사의 웅장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다.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건물 안의 미술작품보다 예쁜 정원으로 더 유명하다. 복잡한 도형처럼 다듬어진 잔디와 나무들 사이로 꽃들이 앞다퉈 피어 있다. 주말이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파리지앵들로 넘쳐난다. 피카소 박물관 입장료는 9.5유로(1유로 1290원 기준), 카르나발레 박물관은 무료.
▲ 카르나발레 박물관 정원
퐁피두 센터는 현대적인 파리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곳. 넓은 광장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음악을 듣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입장료는 10유로. 전시회장 꼭대기에 올라가면, 에펠탑 아래로 펼쳐진 파리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베아쉬베(BHV) 백화점을 들러봐야 한다. 각종 미술 공구와 DIY 재료·부품을 저렴하게 판다. 지하 1층에 자리잡은 브리콜로 카페(Bricolo Cafe)도 유명하다. 얼핏 보면 꼭 창고 같이 생긴 이 곳은 하루 종일 앉아 사진을 찍고 놀아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빈티지 소품과 공구들로 가득 차 있다.
▲ 퐁피두센터 외관
■ 먹거리
쉐 자누(Chez Janou)는 ‘자누네 집’이라는 뜻의 음식점이다. 저녁 때면 30~40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갈비살 스테이크에 겹겹이 쌓아 구운 감자, 토마토가 곁들여 나오는 ‘앙트르코트 비스트로(Entrecote Bistrot·13유로)’를 가장 많이 찾는다.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기본’은 한다. 디저트인 초콜릿 무스도 맛있다. 01-42-72-28-41.
▲ '아나이'의 햄요리 하몽(Jamon Sarrano)
이국적인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아나이(Anahi)를 찾아가볼 것.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이다. 무너져 가는 창고 같은 외관에 간판도 없는 곳이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저녁을 먹기 힘들다. 두툼한 고기와 소박한 샐러드 맛이 일품이다. 01-48-87-88-24

유대인이 많이 사는 마레 지구까지 왔다면, 전통 음식에도 도전. ‘팔라펠(Fallafel)’은 유대인들이 일요일 예배를 끝낸 후 찾는 전통 샌드위치. 주머니처럼 생긴 빵 안에 각종 야채와 고기, 병아리 콩을 튀긴 크로켓을 꾹꾹 눌러 담아준다. 라스 뒤 팔라펠(L’As du Fallafel)이 가장 유명하다. 일요일엔 30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카페 브레이츠(Cafe Breizh)는 크레프 전문점이다. 샐러드와 호두, 크림을 얹어주는 ‘샤렁테즈(Charentaise)’나 딸기 크레프가 인기 있다. 12~14유로. 01-42-72-13-11

카카오 에 쇼콜라(Cacao et Chocolat)는 중앙 아메리카의 전통 문양을 찍어내는 초콜릿 가게. ‘아즈텍’ 문양의 초콜릿이 예쁘다. 8유로 안팎. 01-42-71-50-06. 아모리노(Amorino)에선 자연 재료로 만들었다는 웰빙 아이스크림을 ‘콘’으로 주문하면, 꽃잎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01-44-07-48-08.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eres)에선 세계 최고의 홍차를 맛볼 수 있다. ‘어번 템플’, ‘도쿄 시테’ 같은 이름이 붙은 브런치 메뉴는 36~39유로 정도로 비싸지만 제 값을 한다. 01-42-72-28-11.


■ 쇼핑
필론(Pylones)은 문구류나 인테리어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분할 만하다. 외계인 모양의 우산, 큰 꼬리를 가진 강아지 모양의 피자 주걱, 물주전자 모양의 핸드백을 구경하다 보면 눈이 휙휙 돌아간다. 상품들의 가격은 대략 20~30유로 안팎. 01-48-04-80-10.

돔(DOM)에선 군더더기 없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판다. W 호텔에나 있을 법한 독특한 의자도 약 50~100유로에 살 수 있다. 특이한 옷을 싸게 사고 싶다면 프리 피 스타(Free P Star)를 가볼 것. 파리의 중고 옷 가게 중에서도 저렴하다. 꽤 그럴 듯한 빈티지 원피스나 스웨터를 10유로 정도에 건질 수 있다. 01-42-76-03-72.

셀리(Celis)는 손뜨개 작품들이 있는 곳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스스로를 “트리코(손뜨개질) 아티스트(Trico Artiste)”라고 소개했다. 털실이나 레이온을 손으로 떠서 브로치와 장갑, 덧신 등을 만든다. 동화 속 빨간 모자, 늑대, 할머니, 아기돼지 삼형제를 그대로 구현해 놓았다. 예쁜 벙어리 장갑은 12유로에 판다. 01-48-87-52-73.

리치(Litch)는 중국과일 이름을 딴 종교 소품을 파는 상점. 인도, 브라질, 중국 같은 세계 여러 나라의 신을 숭배하는 물건들을 모아놨다. ‘반짝이’를 손으로 붙여 장식한 성냥갑이나 연꽃모양의 초, 알록달록한 팔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01-44-59-39-09.


■ 주말 밤 보내기
라 페를르(La Perle)은 최근 마레에서 가장 뜨는 클럽. 음악과 칵테일, 맥주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금요일 밤만 되면 인산인해. 맥주와 칵테일이 10~15유로. 01-42-72-69-93.

발라조(Balajo)는 바스티유에서도 유명한 댄스 클럽. 10대들이 가득한 다른 클럽들과 달리 25~35세만 출입이 가능하다. 평일엔 살사음악과 록, 주말 밤은 디스코 음악을 틀어준다. 01-47-00-07-87.


■ 묵을 곳
지하철 2호선 샤펠(La Chapelle)역 근처에 있는 호텔 ‘큐브(Kube)’는 파리에서도 가장 현대적 시설을 자랑한다. 털 외투와 장갑을 끼고 들어가 얼음 잔에 보드카를 담아 마시는 2층의 ‘아이스 바’가 볼만하다. 모든 방은 지문 인식기를 갖추고 있어, 열쇠가 필요 없다. 1박에 약 300유로. 01-42-05-2000. www.kubehotel.com
▲ 호텔 큐브의 ‘아이스바’
■ 그 밖에 가볼 만한 곳
콩(KONG·가운데 큰 사진)은 칵테일과 인테리어가 유명한 곳. 필립 스탁이 직접 디자인한 의자들과 통 유리로 지은 레스토랑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세 여성의 얼굴이 겹쳐지는 홀로그램이 붙은 의자,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그려진 천장, 벌거벗은 아이가 그려져 있는 화장실까지 눈이 심심하지 않다. 01-40-390-900

1862년에 세워진 라 뒤레(La Duree)의 마카롱은 파리의 명물. 부드럽고 쫀득한 감촉에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한 상자에 30유로. 01-40-75-08-75.

콜레트(Colette)는 파리의 대표적 편집매장. 옷과 구두, 책과 음반, 각종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하 1층에 있는 명물 ‘워터 바(Water Bar)’도 놓치지 말 것. 물 종류만 60여 가지를 파는 트렌디한 음식점이다. 01-55-35-33-90.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