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7, 2011

커피 따르는 남편 & 미소로 답하는 아내 권영세·유지혜 부부의 유쾌한 오후

국회의원 남편이 하피스트 아내를 위해 커피를 만든다.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마치 ‘남극의 셰프’가 1년 만에 집에 돌아와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감동적이다. 1월의 어느 주말 오후, 벌써 수개월째 국회 안과 밖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낸 권영세 의원 가족에게는 거의 1년 만에 찾아온 휴식이다.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시간들.
이렇게 유쾌한 사람인 줄 몰랐다.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볼 때는 완고한 표정과 빈틈없는 언어 구사 때문에 ‘뼛속까지’ 검사 기질이 배어 있나 싶었다. 헌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두 시간 내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특히 미국 유학시절, 공부는 하고 싶은데 집은 좁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공간이 없어서 차고 구석에 공부방을 만들어놓고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기가 힘들 정도가 됐다.

요즘은 좀 한가한가요?
권영세 | 그렇지도 않아요.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니, 예전 같지 않아요. 연말에는 국회도 바쁘고 송년행사도 있고, 1월 초에는 시무식과 신년교례가 있고, 조금 지나면 6월 2일 지방선거 준비도 해야 하고…. 사실 선거 준비는 1월 중순부터는 시작해야 하거든요. 2월에는 또 국회가 있고. 그래도 다른 달보다는 한가한 편이죠.
휴가 계획은 세웠습니까?
유지혜 | 남편은 쉬는 게 참 안 되는 사람이에요. 결혼해서도 휴일에 일 보러 안 나가는 날이 없어요. 일어나면 일단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스타일이죠. 주말에도 비어 있는 의원회관 사무실에 혼자 나갑니다. 하루도 집에 그냥 퍼져 있는 날이 없어요.
권영세 | 그렇다고, 짜임새 있게 뭘 하는 건 아니에요. 검사 시절에 토요 휴가라는 게 있었는데, 십몇 년 검사 하면서 딱 한 번 써봤어요.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는 더 그래요. 지방에 지역구를 둔 분들은 주말에 지역구를 내려가면 되겠지만, 나는 여의도가 지역구니까 휴일하고 워킹 데이하고 특별히 구분이 안 돼요.
처음 법대에 지원할 때 목표가 검사였나요?
권영세 | 공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법대를 갈까 상대를 갈까 고민하다가, 법대를 갔어요. 사법시험 합격하면 공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막상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나니까, 계속 바쁜 곳으로 발령이 나더라고요. 자리 좀 잡고 한숨 돌리려고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독일 연방법무부에 파견검사로 가게 되는 식이죠. 난데없이 독일에 가서 산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민법이나 형법도 아니고 독일이 통일을 이루면서 만든 법들을 공부해야 하는 임무였어요. 실컷 공부만 하다 왔습니다.   
유지혜 | 저야말로 억울하죠. 공부하는 남편이 싫어서 교수 같은 직업을 피해 결혼했거든요. 그렇게 시집을 왔는데 남편이 책하고만 노는 거예요. 갈수록 더 책을 많이 읽으니까, 서운하죠.  
권영세 | 일을 하려면 자꾸 새로운 걸 알고 배우고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우리 애들이 엄마가 하피스트니까 ‘이스트’가 붙으면 다 ‘사람’이 되는 줄 알고 나보고는 ‘공부이스트’라고 표현할 정도예요. 사실 저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녜요.
검사 출신 국회의원 아내로 산다는 것
아내 유지혜 씨는 유명 하피스트다. 검사와 국회의원 남편.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언뜻 봐서는 참 부조리해 보이는 조합이다. 공통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질문 던지기도 어려운 상황. 다행히 권영세 의원이 처음 만나 연애를 할 때부터 아내 연주회에 열심히 찾아다니며 클래식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아내 유지혜 씨도 검사의 아내, 국회의원의 아내로 살다보니, 나름대로 그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물론 완전한 몰입은 아니다. 권영세 의원은 때때로 아내가 집에서 하프 연주를 하기보다 지역 주민들과 만나 차를 한 잔 마시길 바라고 있고, 유지혜 씨는 휴일에도 밖에 나가는 남편이 서운하다.   
기분 좋은 결혼생활 아니신가요. 미모의 하피스트와 함께 산다는 건?
권영세 | 그런 점에서는 좋지요.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했어요.
유지혜 | 미모라는 말은 부담스럽고요.(웃음)
아내와 대화를 하려면, 문화적인 노력도 많이 하셔야 될 것 같은데?
권영세 | 특별히 노력한다기보다, 집사람이 음악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음악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프로페셔널 하피스트를 아내로 두면 집에서 매일 우아한 음악만 듣는 줄 알고 부러워하는데, 사실 집에서 듣는 건 무대에 서기 전 연습하는 음악이니까 중간에 스톱하고, 다시 하고, 똑같은 거 반복하고…. 이런 걸 들어요. 고급 레스토랑과 같습니다. 완성된 음식이 나올 때는 예쁘고 좋지만 주방 안에서는 볶고 지지고 난리인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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