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7, 2011

[식당, 도마위에 오르다] 우아한 레스토랑에 웬 김치냉장고?

    서울 강남 도산 사거리 부근에 문을 연 ‘비스트로 디’(bistro d°). 햄버거, 샌드위치, 파스타 등을 내는 이 식당에는 김치냉장고가 모두 16대 있다. 그런데 대부분 김치냉장고가 주방이 아닌 매장에 나와있다. 하나는 1층 카페 벽에 박혀있다. 또 다른 김치냉장고는 1층에서 내려가는 계단과 지하 1층 레스토랑에서 올라가는 계단이 만나는 지점에, 거룩한 숭배의 대상이라도 되는 양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서 있다.<사진>
    김치냉장고가 이렇게 대접받는 건 이 식당이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만도에서 지원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스트로 디’라는 이름도 위니아만도 김치냉장고 ‘딤채’에서 따왔다. 위니아만도에서는 이 곳에 김치냉장고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스트로 디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는 ‘새터데이 브런치’에서 “식당을 열어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선택은 옳았던 것 같다. 평소 손에 물 묻히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과, 그들의 애인 혹은 남편처럼 보이는 남성들이 주로 찾는 이 거리에 김치냉장고 전시장이 있었다면 과연 몇 명이나 들어와 기웃거렸을까.

    이곳에서 김치냉장고는 저장공간으로서 실용적 기능도 하고 있다. 눈부신 조명을 받고 있는 김치냉장고 뚜껑을 종업원이 보지 않을 때 슬쩍 열어봤더니, 냉동고기가 가득했다. 이 식당 피클이 유난히 아삭하고 싱싱한 것도 김치냉장고를 충분히 활용한 결과로 보인다.

    광화문 뉴서울호텔 2층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룸(Room) 201’에서는 매장 한 가운데 킹 사이즈 침대를 놓았다. 밝은 대낮에 침대를 보면 기분이 약간 묘해지기도 한다. 객실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식당측 설명이다.

    이제 식당에도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곳곳에 숨어있다. 식당도 분위기와 손맛 만으로는 개성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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